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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짧은 동화1 - 토끼가 되고 싶은 곰돌이
    당근냥,/이야기해요. 2018. 6. 23. 12:42

    토끼는 정말 예쁜 것 같습니다.

    품에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자그맣고 날씬한 몸에, 쫑긋쫑긋 귀여운 귀. 털은 또 얼마나 새하얗고 보드라운지요. 누구나 토끼를 좋아할 만합니다. 그래요. 토끼는 예쁘니까요.

     

    곰돌이는 눈을 꼭 감고 거울 앞에 서 있습니다. 토끼를 생각하니 저절로 웃음이 지어집니다. 지금이에요! 곰돌이는 재빨리 감은 눈을 뜨고 거울을 보았습니다.

    어휴. 곰돌이 한 마리가 어수룩해 보이는 표정을 하고 바라보네요. 둥글넓적한 얼굴도 시커멓고 납작한 코도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울적해진 곰돌이는 집을 나섰습니다.

    ‘오늘은 토끼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저만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오네요. 토끼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토끼 주위에는 언제나 와글와글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거든요.

    ‘꼴깍-.’

    곰돌이는 토끼에게로 쭈뼛쭈뼛 다가가 보았습니다.

    “토... 토끼야, 아... 안녕. 오... 오늘은 나... 날씨가 참... 조... 좋지?”

    번쩍-! 꽈광!

    저런. 소나기에요.

    “와 하하하하!”

    모두들 깔깔 큭큭 대며 비를 피해 우르르 달아나버렸습니다.

    “쟤, 좀 모자란 것 같아.”

    “진짜 웃기지 않니?”

    곰돌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나도 토끼처럼 예뻤으면 좋겠어.’

    곰돌이는 매일매일 바랍니다.

     

    오늘도 곰돌이는 토끼의 모습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 섰습니다. 감은 눈을 떠보면 영락없이 곰돌이가... 어라라? 아니에요! 토끼에요!

    거울에 비친 모습은 분명히 토끼에요. 어떻게 된 일일까? 곰돌이는 홀린 듯이 거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곰돌이가 웃었습니다. 거울 속의 토끼도 웃었습니다.

    곰돌이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 봅니다. 거울 속의 토끼도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집니다.

    아! 이 보드라운 느낌. 꿈이 아니에요.

    ‘내가 토끼가 된 걸까?’

    곰돌이는 조금 무서웠지만 금세 기뻐졌어요.

    ‘내가 토끼가 되다니!’

    ‘내가, 토끼가, 되었어!’

    곰돌이는 한참동안이나 거울 앞에 서 있었답니다.

    ‘이제 모두들 날 좋아할 거야!’

     

    곰돌이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곰돌이는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주길 바랐어요.

     

    ‘오늘따라 다들 어디로 간 걸까?’

    곰돌이는 태연한척 해보려고 했지만 자꾸만 가슴이 울렁거려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저긴가 봐요. 곰돌이는 조심스레 다가가 보았습니다.

    무슨 재미난 일을 하는지 모두들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느라 아무도 곰돌이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곰돌이는 길에 놓인 돌멩이를 괜스레 툭 차보았습니다. 나뭇가지를 흔들어보기도 했어요.

    곰돌이는 몇몇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아주 잠시, 그 뿐이었어요.

    곰돌이는 약간 초조해졌습니다.

    곰돌이는 크게 소리를 내보았습니다. 그때 토끼의 무리 속에 있던 다람쥐가 곰돌이에게 외쳤습니다.

    “얘, 거기서 뭐 하는 거니? 이쪽으로 와서 너도 토끼의 이야기를 들어봐”

    곰돌이는 조금 화가 났습니다.

    ‘나도 토끼란 말야.’

    ‘난 이렇게 예쁜 토끼가 되었는데 왜 알아봐주지 않는 거야?

    ‘내가 부럽지 않은 걸까?’

     

    심통이 잔뜩 난 곰돌이는 나무 등걸에 홀로 앉아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떤 아이가 다가왔습니다.

    “안녕, 곰돌아. 너 참 귀엽구나.”

    곰돌이는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난 곰돌이가 아니야. 토끼야.”

    아이는 잠깐 놀라는 듯 했지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토끼야. 너 참 귀엽구나.”

    싱긋 웃는 그 아이의 얼굴에 곰돌이는 왠지 화가 났어요.

    “날 놀리는 거니?”

    “아니야, 난 곰돌이를 정말 좋아해.”

    곰돌이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곰돌이가 아니야! 토끼란 말야!”

    “아, 미안, 미안해. 곰-, 토끼야.”

    아이의 당황하는 얼굴을 보니 곰돌이는 눈물이 났어요. 그리고 도망쳤답니다.

     

    곰돌이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어요.

    ‘그렇게 화를 내다니’

    곰돌이는 부끄럽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앗. 그 아이에요. 얼른 도망치려는데 아이가 곰돌이를 향해 달려옵니다.

    “토끼야, 한참 찾았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괜찮은 거니?”

    곰돌이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 망설였어요.

    그때 아이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나를 걱정할까?’

    “아깐 미안했어.”

    ‘치... 왜 미안해하는 거야.’

    곰돌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곰돌이는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곰돌이는 진지한 눈동자를 가진 그 아이가 왠지 좋아질 것만 같았습니다.

    둘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곰돌이를 계속 토끼라고 불러주었습니다. 곰돌이는 진짜 토끼가 된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곰돌이는 아이가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불안해졌습니다.

    ‘왜 나를 좋아하는 걸까?’

    진짜 토끼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 갑자기 떠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곰돌이는 아이 때문에 좋았지만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괴롭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그런 곰돌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토끼야, 요즘 무슨 고민이 있니? 난 네가 무척 걱정돼.”

    아이의 다정한 물음에도 곰돌이는 대답 할 수 없었습니다.

    곰돌이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넌 나를 좋아하니?”

    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난 네가 좋아.”

    곰돌이가 다시 물었습니다.

    “넌 왜 내가 좋니? 난 덩치만 크고 예쁘지도 않고... 진짜 토끼도 아닌데.”

    아이는 조금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냐, 토끼야, 난 네가 정말 정말 좋아. 이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동그란 눈도 까만 코도 사랑스러운걸. 토끼야-”

    곰돌이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니야, 난 토끼가 아니야. 난 곰돌이야.”

    아이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진심으로 기쁘게 웃었어요.

    “그래, 그래, 곰돌아, 난 너를 정말 좋아해.”

    곰돌이는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분명한건, 행복했어요.

    곰돌이는 마음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곰돌이는 거울을 봅니다. 역시나 어수룩한 곰돌이가 보입니다. 하지만 하나도 실망스럽지 않습니다. 곰돌이는 자신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곰돌이의 까만 눈에 기쁨과 행복과 사랑이 담겨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곰돌이는 자신의 반짝이는 까만 눈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끝-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2013년도에 썼던 짧은 동화로 블로그 복귀 소식을 알립니다.

    막내가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었는데... 옆구리를 쿡쿡 찔러봐야겠습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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