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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이 질 때 까지당근냥,/이야기해요. 2020. 5. 15. 16:25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아침부터 비가 오는 금요일입니다.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막내와 점심을 먹으며 시작은 분명히 '화양연화'의 '유지태'였는데 흘러 흘러 '설국열차' 이야기까지 하던 중 막내가 말했습니다.
"요새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메시지 있는 영화는 피곤해. 내 인생도 복잡한데 왜 영화까지 복잡해? 영화는 오락영화가 짱이지. '테이큰' 봐. 얼마나 명작이야."
...
몇 번 말씀드린 것 같지만 우리 막내는 20대 초반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자면 저는 요새 '화양연화(이보영, 유지태 주연, tvN, 2020년 작품)'를 보고 있는데 스토리는 그냥...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두 배우 이보영과 유지태가 장르다... 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이게 영상화가 되었을 때, 아무리 좋은 이야기여도 배우가 제 취향이 아니다하면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반대의 경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냥저냥 예쁜 화보 본다...하는 마음으로 볼 때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호흡이 긴 드라마는 배우와 스토리가 취향에 딱 맞지 않으면 끝까지 보기 힘들어요.
본거 또 보고 읽은거 또 읽고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나마 이것저것 시도하는 편입니다.
막내랑은 거의 영혼의 친구 급으로 가깝고 (막내는 늦둥이 동생이고, 둘째는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 전우 또는 동료의 느낌), 곰돌씨와의 연애기간부터 10년 동안 거의 셋이 세트로 움직였기 때문에 셋이 진짜 잘 노는 것 처럼 보여도 사실 한 공간에 있다 뿐이지 각자 취향이 너무 달라서 모두 다른 것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막내는 의외로 영화파고 자연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곰돌씨는 미드? 영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북극곰 다큐멘터리? 맨날 틀어놓고 자는 반지의 제왕? 암튼 셋이 영화, 드라마 취향도 달라서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남산의 부장들이 올라왔대. 같이 볼까?' 이렇게 마음먹지 않고서야 같이 앉아 뭘 보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이렇게 각자 다른 우리들이 모두 좋아하는 영화는
테이큰 (Taken, 리암 니슨 주연, 2008년 작) 1편만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크리스천 베일 주연, 2002년 작)
콘스탄틴 (Constantine, 키아누 리브스 주연, 2005년 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 (DJANGO Unchained, 제이미 폭스 주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2012년 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샤를리즈 테론 주연, 2015년 작)
이 정도 인데, 위의 세 편이 짧고 훨씬 가벼워요. 스트레스 쌓여서 다 때려 부수고 싶은날, 추천합니다. 영화 목록을 적어놓고 보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군요.
사실 오늘의 글은 아이폰 SE 리뷰 때문에 찍기 시작한 작약 사진을 거의 매일 찍어서 그 사진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작했는데, 막내와 점심을 먹으며 영화 이야기를 하며 넷플릭스와 왓챠를 뒤적거리다가 고른 것이 '아내의 유혹(장서희, 김서형 주연, SBS, 2008~2009년 작)'이었고 심지어 1편의 급속 전개에 혼을 빼놓고 보다가 하루 종일 볼 뻔했던(무려 129화!)것이 어이없어서 그 이야기나 할까 했는데, 인사말이 난데없이 영화 추천까지 늘어졌습니다. 정주행 끝나면 알려드릴게요. ㅎㅎ
저의 긴 글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들(대표적으로 우리 둘째)은 이미 스킵하셨겠지만 여기부터가 제목에 맞는 본론입니다. 하하.
5월 5일 오후 1시
5월 5일 오후 6시
5월 5일 오후 11시
5월 6일 오후 3시
5월 6일 오후 9시
5월 7일 오전 0시 반
5월 7일 오후 4시
5월 9일 오후 4시
8일 사진이 없네요, 이틀이 지나 마지막 꽃송이가 피기 시작했고, 붉은 꽃의 색이 많이 빠졌습니다. 작약은 꽃잎이 후드득 떨어지면서 꽃이 집니다.
5월 9일 오후 10시
5월 10일 오후 1시
5월 11일 오후 1시
5월 12일 오전 10시
살짝 건드리면 꽃잎이 후르르
5월 13일 오후 3시
5월 15일 오후 4시 현재
그림 그리기 글이었나... 절정기에 있는 힘껏 가지고 있는 색들을 모두 밀어내고나면 색이 바래면서 꽃이 지는 모습이 참 슬프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작약은 여러 해 살이 풀이라 마당에 심었다면 다음 봄을 또 기다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까워요. 그래도 마당 없는 우리집에서 이렇게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작약은 모란과 비슷한데, 나무 줄기는 모란, 풀 줄기는 작약으로 구별하시면 됩니다. 꽃이 크게 피기 때문에 두세 송이만 꽃병에 꽂아두셔도 이렇게 10일 정도는 행복하게 볼 수 있어요. 물은 하루에 한 번 갈아주고, 꽃이 물을 잘 못 먹는다 싶으면 줄기 끝부분을 사선으로 조금씩 다시 잘라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꽃을 오래 보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좋은 꽃을 사는 것이에요. 저는 이 동네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20년동안 다닌 동네 꽃집이 꽃집 이모가 워낙 까다롭게 좋은 꽃들을 골라오셔서 팔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꽃을 안삽니다. 봄이면 가장 대중적으로 보이는 프리지아를 예로 들면 꽃 크기는 물론이고 줄기 두께에서부터 차이가 나요. 조금 비싸도 좋은 꽃을 사면 훨씬 오래 볼 수 있고 방울방울 맺혀있는 꽃송이의 꽃들이 모두 활짝 피는 것을 볼 수 있답니다.
동네에 좋은 단골 꽃집이 있다는 것도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여러 군데 다녀보시고 단골 삼을 만한 좋은 꽃집을 찾아 보세요!
작약도 다 졌고, 오늘은 비가 오니까 화사한 꽃들로 꽃병을 채워봐야겠습니다.
사진이긴 하지만 온라인 작약 꽃놀이로 잠시라도 기분이 좋으셨길 바라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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