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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광주, 양림동의 기억
    당근냥,/이야기해요. 2020. 1. 6. 21:10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2020년 새해 첫 글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컴퓨터를 켜긴 했는데 그동안 밀린 글들을 쓸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먼저 짧은(?)것 부터...


      지난 12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함께한 멤버는 곰돌씨와 막내. 

      혹시 지난 글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지만... 목적은 바로 28일 '이승환 콘서트'였죠. 광주까지 간 김에 도시 여행이나 한 번 해볼까하고 광주 시내 중간에 그럴듯 해보이는 호텔을 잡고 2박 3일의 일정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을 나서서 일단 맛이 검증된 곡성의 '옥과 한우촌(메뉴판이 안바뀌었으니까 지난 글 링크해놓을게요. 서비스로 나왔던 맑은 선짓국이랑 동치미 짱짱짱 맛있었고, 누룽지도 맛있었어요.)'까지 내려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광주로(1시간 거리) 올라왔어요.

      처음 가 본 광주의 상무지구는 정말이지... 난잡하고 정신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유흥가 한 복판 이더라고요. 게다가 예약한 호텔이... 아니 왜 욕실에 문이 없죠???????????? 욕조가 침대옆에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있어요. 화장실은 꼭 닫히지도 않는 불투명 유리문이 달려있고... 와... 이건 대체 무슨취향인건지... 프런트에서 우리 일행을 보고 '우리집이 좀 개방적이라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하시길래 뭔소리지 하고 올라와봤다가 황당하고 어이없고 웃겼어요. 아니... 3인실, 4인실도 있는 호텔이었는데 대체 어떤 사람들이 오는 곳이란 말입니까!!!!!! 곰돌씨랑 막내가 저보고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인줄 몰랐다며 한참 놀렸어요...ㅠ_ㅠ 아쉬운대로 로비에 있던 광주 관광지도(?)들로 욕실 유리벽에 도배해놓고 지내다왔습니다. 


      아, 저는 숙소 예약을 보통 아고다(agoda)를 통해서 하는데, 이번에 다녀온 광주 호텔이 문제가 좀 있어서 후기를 처음 남겨봤어요. 그런데 이용 후기가 최근 것부터 노출이 되는 시스템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다음부터는 사진부터 이용후기까지 꼼꼼히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콘서트 이야기는 따로 쓰겠지만... 광주 시민들의 약한 방광과 관람매너때문에 곰돌씨와 막내에게는 최악의 콘서트가 되어버렸고 사실 '광주'라는 도시에 대한 모든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시 광주를 찾는다면 양림동에서 보낸 반나절의 기억 때문일겁니다. 




      양림동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골목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깨끗한 거리와 정돈된 보도 블럭이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1. 시작은 '한희원 미술관'

      


      한희원미술관

      광주 남구 양촌길 27-6, 062-653-5435

      화~일 11:00~19:00




      현재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양림동 출신의 화가 한희원이 양림동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지키기 위해 마을에 처음으로 연 미술관이라고 합니다.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차를 마실 수 도 있어요. 그리고 미리 예약을 하면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체험비 1인당 10,000원). 저는 3-4일 전쯤 전화로 문의하고 하루 전날 예약을 했어요. 

      시간을 맞춰 방문을 해보니 직원분께서 미술관 가운데 테이블에 캔버스와 물감을 미리 셋팅을 해두셨더라고요. 먼저 함께 미술관을 둘러보며 작품설명을 쭉 해주셨는데, 양림동의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림그리기 체험은 '체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본격적이었습니다. 1호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는데요, 작가님의 그림을 따라 그려볼 수도 있고 원하는 그림을 그려도 됩니다. 하얀 도화지를 보며 '무엇을 그릴까'를 정하는 것이 참 어려운데 직원분께서 작가님의 다른 그림들도 보여주시고 출력도 해주시면서 충분히 도와주시더라고요. 저희는 작가님의 작품을 따라 그릴 엄두가 안나서(성격에도 안맞고) 각자 그리고 싶은 것들을 그렸어요. 보통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 거침 없는 붓질!!! 완전 작업실 모드로 집중해서 그렸답니다. 직원분께서 사진을 꽤 여러장 찍어주셨는데 다들 정신없이 자기 그림그리느라 아무도 카메라를 안봐....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의 그림그리기는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하면서도 행복한 체험이었는데요, 우리 셋 모두에게 굉장히 집중되고 몰입 할 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수채화 수업시간에 두 달째 벽돌의 늪에 빠져서 좌절 중이었는데 그리고 싶은대로 그냥 막 그리니까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림을 그릴때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는게 얼마나 재밌던지. 게다가 다들 자기 그림에 대한 애정이 막 뿜뿜! 










      미술관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예쁜 등도 사왔어요. (한희원 작가의 작품 '티벳의 별') 



      2. 찻집도 주인도 매력적인 홍차전문점 '하원재'



      우리의 첫 여행에서 광주가 유흥가로 기억 될까봐 굉장히 안타까워 하며 미술관 직원분께서 찻집과 밥집을 추천해 주셨어요. 먼저 홍차집(저는 왜 티룸이라는 말이 입에 안붙죠)부터. 하원재? 전통찻집의 느낌을 생각하며 꼬불꼬불 언덕길을 올라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멋진 찻집이 짠! 




      참, 양림동은 월요일날 쉬는 가게들이 많으니까 참고하세요. 그리고 밥집은 거의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휴식시간이더라고요.




      가구, 조명, 찻잔, 작은 소품 하나까지 신경을 쓰지 않은 곳이 없어보이는 예쁜 가게였습니다. 








      차를 고르고(한 메뉴당 12,000원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리면 




      찻잔을 데우기 위해 뜨거운 물이 담긴 잔이 먼저 셋팅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맞춰 우려낸 차가 담긴 티팟이 서빙됩니다.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는 스콘도 함께 나와요. 




      찻잔은 선택한 차와 어울리는 것으로 내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웨딩~... 암튼 웨딩이 들어간 이름의 홍차였고, 




      막내는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곰돌씨는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를 선택했었어요. 오우... 이 찻잔 셋트 살까말까 고민했었던 비싼건데...!


      왠지 실례가 될 것같아 구석구석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눈으로 잘 보고 차도 분위기도 마음껏 즐기다 왔습니다. 막내는 애프터눈 티에 대한 환상이 있더라고요, 3단 트레이 같은거? 후후... 저는 영국은 못가고 십몇년전 쯤에 홍콩 리펄스베이에 있는 멋진 찻집에서 마셔봤지요. 막내의 나이쯤이었는데 뭔가 여왕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홍차는 왠지 그런 느낌이 있어요. 막내에게 하원재가 그런 찻집이 될 수 있을지... 다음에 이곳에 다시 가면 찾아봐야겠습니다. 

      여행지에서의 좋은 까페, 좋은 찻집은 그 여행지를 다시 찾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까페때문에 일부러 다시 찾아가기도 하고 그래요. 하원재는 양림동에 자리 잡은지 3년째라고 하셨는데, 오래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찻집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 주인분이 굉장히 멋있으셨는데,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일어나면 오셔서 차 맛에 대해서도 물어보시고 정중하게 인사도 해주시더라고요. 이런 개인 까페나 찻집을 운영하다보면 소품이나 심지어는 찻잔도 많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비싼 찻잔들을 관리하면서도 손님들을 기분좋고 품위있게, 내 집에 온 손님처럼 배웅하는 운영방식이 참 근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건 찻집을 나서면서 막내와 곰돌씨가 '개인 찻집에서 물건이 진짜 많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라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해 본 것이었어요. 경영학, 마케팅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뭔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하원재는 일부러 들러서라도 다시 방문하게 될 찻집입니다. 다음에 다시 포스팅을 할 기회가 있을거예요. 



      3. 양림동 맛집은 파스타?



      하원재가 너무 만족스러워서 미술관 직원분의 취향과 우리의 취향이 딱 맞을 것을 120% 신뢰하게 된 우리는 별 고민 없이 직원분이 추천해주신 미술관 근처의 밥집으로 향했습니다. "광주에서 뭘 먹어야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상추튀김은 먹지말라며, 보통 양식을 추천하신다고 하더라고요. 




      '본디소'라는 퓨전... 이탈리안? 암튼 퓨전 음식점입니다. 젊은 요리사분들이 동업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메뉴판을 안찍어왔군요. 한 메뉴에 20,000원 정도 잡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에피타이저로 나왔던 그릭요거트




      밥먹느라 바빠서 가게를 대충 둘러본 것 같기도하고... 입구에 장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군고구마 구울 분위기 였는데... 




      똥똥한 파스타면에 김치를 끼워서 먹는... 밥 한공기가 어찌나 아쉽던지요.




      저는 새로운 파스타 집에 가면 꼭 까르보나라를 시켜봅니다. 이것은 반은 오일파스타였어요. 




      바베큐... 뭐였는데 곡물가루에 고기를 찍어 먹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약간 동남아 향신료 냄새가 났어요.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메뉴를 고르면서, 식전 빵도 없고 마늘 빵도 안준다 그래서 빵메뉴를 하나 더 시켜봤습니다. 어... 생각한 빵이 아니라서 당황했지만 일단 맛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위의 세 개 메뉴에 추가해야 할 것은 이 빵이아니라 샐러드!!! 또는 짠 소스가 없는 탄수화물이었어야만 했습니다. 가격이 싼편이 아닌데 샐러드도 없고 피클도 없고... 처음엔 단짠이라 맛있게 먹었지만 먹다보니 너무너무너무 짰어요... 그래서 계산하고 나오면서 말씀드렸죠. "이 집의 베스트는 따뜻한 보리차예요." 셋이서 보리차 한 통 다 마셨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어쨌든 따뜻한 보리차가 짠맛과 느끼한 맛을 싹 잡아주긴 합니다. 오랜만에 보리차 마시니까 맛있더라고요. 

      여튼 거의 24시간만의 식사라 싹싹 잘 먹긴 했지만 메뉴선정이 좀 아쉽긴 했습니다. 


      광주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녁식사를 끝으로 호텔로 돌아가서 1박2일 보고 놀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서울로 돌아왔어요. 2박 3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출발한 것 치고는 반나절 양림동 나들이가 전부인 여행이 되어버려서 좀 아깝긴 했습니다만... 다음에 다시 광주 여행을 한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아니면 순천에 가는 길에 양림동을 들렀다 갈 수도 있겠네요. 




      광주에서 양림동은 거의 관광 필수 코스 인 것 같던데 관광객들로 붐비는 양림동의 모습은 또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겨울이고 하필이면 비가 오는 날의 양림동 조용한 골목길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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