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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씨 집안의 뼈대있는 녀석, 갑오징어 손질하기
    당근냥,/만들고 놀아요. 2020. 6. 26. 10:07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숙모네 집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순천만이나 한 번 다녀올까 했는데, 꽤나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고흥 녹동항에 다녀왔어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의 진한 바다 냄새~




      어선들이 들어와있습니다. 




      녹동항 근처 수협 수산물 센터로 목적지를 잡았어요. 




      7시 반이 지나 8시가 되어가니까 한쪽(뿔소라)은 경매가 이미 끝났고, 한쪽(서대와 양태)에서는 경매가 한창이었는데, 경매장에는 우리가 찾는 갑오징어가 없습니다. 갑오징어 배는 오후에나 들어오려나... 하고 숙모께서 추정하셨어요. 


      할 수 없이 센터 안쪽을 돌아보는데, 실물로 처음 본 갑오징어는 충격과 공포의 비주얼이었습니다. 



    두둥!!!!!!! 이게 갑오징어라고????


      제가 본 갑오징어는 하얗고 뽀얗고 살짝 투명하고... 손질되어있는 것만 봐서 이렇게 무섭게 생긴 생물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오징어는(뿐만 아니라 생선도) 살아있는 거랑 죽어있는 거랑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데, 살아있는 갑오징어를 팔고 있는 집은 한 집뿐이고 죽어있는 오징어도 몇 상자 안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여수 쪽을 가봐야겠다며 살아있는 갑오징어 가격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숙모께서 말씀하시길 살아있는 갑오징어는 마리당 2만 5천원은 줘야 할 거라고 하시네요. 


      횟감으로 먹을 때는 꼭 살아있는 걸로 사야 하고요, 볶음이나 데쳐먹는(숙회) 용으로는 죽은 것도 괜찮습니다. 막 잡아 온 것이니까 뭐... 근데 얘네는 왜 죽었을까요? 


      숙모와 엄마의 답. 오징어를 살리게 잡는 배가 있고 죽이게 잡는 배가 있다! 잡아서 바로 수족관에 넣느냐 상자에 넣느냐의 차이라네요. 


      어쨌든 오징어를 살 때는 까만 걸로(초콜릿색) 사야한다고 해요. 오래될수록 벌게 진다고 합니다. (낙지, 문어도 동일)



    10만원어치, 세어보니 15마리입니다. 



    역시 무섭게 생겼어요. 


      생선은 사 와서 손질하는 게 일입니다. 바로 정리해서 냉동해야 해요.



    오징어를 촥 뒤집어서 칼로 배를 갈라줍니다. 


      머리 끝부분에 먹물주머니가 있어요. 



    터지면 대 참사


      생각보다 엄청 진한 진짜 먹물색이더라고요. (내가 아는 세피아는 이런 검정이 아닌데!) 그래도 물로 바로 씻어내면 오징어 몸통에 검은색 물이 들지는 않습니다. 아, 도마에 스며든 먹물 자국은 안 지워진대요.



    배를 가르고 다리 부분을 잘 잡고 



    주욱- 한 번에 내장을 떼어내주세요. 



    내장을 제거하고 나면 앞쪽에 딱딱한 무언가가...



    응????? 웬 방패모양의 뼈가!!!!!


      뼈가 있는 오징어라니. 그래서 갑옷의 갑(甲) 자를 써서 갑오징어래요. 아니 근데 왜 갑옷을 몸속에 품고 있어? 

      신기해서 대충 찾아보니 오징어의 조상이 조개라고 하는데, 믿어지시나요? 신기하면 귀여워질 수도 있는 건지 서양에서는 애완용으로 기르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몸통에 붙은 남은 내장을 잘 제거해주고, 



    눈 윗부분을 잘라서 다리에 붙은 내장을 제거합니다. 



    눈과 입을 손으로 떼어냅니다. 


      동그란 무언가를 세 번 떼어내시길래 눈이 세 개인 줄 알았어요. 눈 사이에 거칠거칠한 입이 있다고 하네요. 



    흐르는 물에 오징어를 앞 



    뒤로 박박 문질러서 잘 씻어줍니다. 


      횟감은 껍질을 벗겨야 해요. 볶음용은 오징어 껍질도 먹습니다. 



    잘 헹궈서 



    채반에 잠시 밭쳐둡니다. 



    스카토(빨아쓰는 행주)로 하나 하나



    물기를 잘 닦아주세요. 



    적당한 사이즈의 비닐 백에



    한 장씩 펼쳐서 넣어줍니다. 


      이렇게 보관해야 요리할 때 바로바로 쓸 수 있어요. 



    공기를 잘 빼서 이제 봉투 끝 부분을 묶으면 되는데 



    이것은 또 웬 신문물?


      엄마가 생선을 부탁하실 때도 있고, 숙모의 아들 딸들에게 뭔가를 보내실 때가 많으셔서 삼촌과 숙모 두 분이서 소분 포장을 하실 일이 많으신데 숙모가 손질, 삼촌이 포장 담당이시래요. 어느 날 홈쇼핑을 보시다가 바로 이거다 하고 지르셨다는데, 봉투에 테잎을 붙여서 딱 묶어주고 남은 부분을 끊어주는 신기한 물건입니다. 


      찾아보니까 신선식품 포장기 '이지플러스'라는 제품이네요. 51,000원 정도.


      왼쪽에 보이는 홈으로 묶을 부분을 잡고 내려준 뒤 옆으로(사진상 오른쪽)으로 밀어주면 딱 묶이고 컷! 해주는 건데, 

     


    오잉?



    살릴부분이 뒤쪽에 있어야 하네요. ㅎㅎ



    어쨌든 요렇게 딱 신기하게 묶입니다. 



    냉동실에 착착 보관합니다. 


      갑오징어는 일반 오징어보다 살이 많고 더 단단한 식감입니다. 더 쫄깃쫄깃해요. 

      회로 먹는 것은 갑오징어 쪽이 더 맛있고, 초무침도 갑오징어가 더 맛있습니다. 오징어 볶음 쪽은 옛날부터 먹으면서 기대하게 되는 보들보들하고 탱글탱글한 식감 때문에 그냥 오징어가 맛있는 것 같아요. 

      전에 엄마가 순천에 다녀오시면서 손질해서 얼려온 갑오징어를 썰어서 회로 내주셨는데, 야금야금 몽땅 훔쳐다가 파스타에도 넣어먹고 짬뽕 라면에도 넣어먹고 올해 초까지 먹었거든요. 맛있었어요. 마지막 갑오징어를 썰면서 얼마나 아쉽던지. 그런데 이렇게 비싸고 손이 많이 가는 줄 알았으면 좀 아껴먹을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려 횟감을! 하하.


      일요일 여수 시장에서 또 다른 생선을 만나게 되면 소개하겠습니다. 

      주말까지 몇 시간 안 남았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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