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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양식, 오리탕 끓이기 (외숙모레시피)당근냥,/만들고 놀아요. 2020. 6. 24. 16:20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수요일입니다. 오랜만의 빗소리가 참 좋아요.
제목을 여름 보양식이라고 쓰긴 했는데, 안 그래도 뜨거운 여름에 뜨거운 탕을 먹는 것이 왜 보양이 되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아직 해소하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실내 운동을 못 다니게 되어 엄마와 함께 동네 ㅂ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 천에 오리들이 꽤나 많이 삽니다. 봄이 되어 막 태어난 새끼오리들이 졸졸졸 다니는 것을 멍 때리며 구경하다 오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한 달, 두 달, 여름이 되어 가는데도 또 막 태어난 새끼 오리들이 졸졸졸 엄마 오리를 따라다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오리가 무슨 딸기도 아니고 봄철에만 태어날 리도 없는데 말이죠, 어찌나 놀랍던지. 여튼 그래서 우리는 사시사철 오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뻘소리 그만하고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전에 순천의 먹거리(여름) 편에서 소개했던 외숙모의 오리탕입니다. 어제 재료 준비를 하고 오늘 새벽부터 끓였어요. 손이 많이 가서 이걸 제가 따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6시부터 일어나서 오리탕 지키느라고 정신이 오락가락해요.
1. 오리탕 끓이기 전날 밤. 재료 손질
시장에서 사온 오리 두마리
시래기는 물에 살짝 불린 다음 손으로 훑어내면서 아랫부분 잎을 떼줍니다.
무 청의 잎 부분이 특유의 시래기 냄새(저는 햇빛 냄새라고 생각하는)가 있기 때문에 탕에는 많이 안 들어가는 게 맛있대요. 반면 된장국은 잎 부분이 훨씬 맛있습니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 물에 담가 두세요.
토란대 나물은 벅벅 씻어서
물에 불려줍니다.
토란대는 아린(?) 맛이 있기 때문에 물을 서너번 갈아주면서 탕을 끓이기 전까지(하룻밤) 물에 담가 놓습니다.
고사리도 한번 헹궈서 물에 담가 놓습니다.
말려서 삶아 놓은 것이기 때문에 누런(?) 물을 잘 빼야 한대요. 역시 물을 서너 번 갈아주면서 밤새 물에 담가 놓았습니다.
이제 오리를 삶을 차례입니다.
보조 주방에 업소용 싱크대를 설치하신 우리 숙모의 스케일!
냄비에 물을 받아서
된장을 잔뜩 풀고
집 된장이 떨어져서 요거 사서 쓰신대요.
소주를 콸콸콸
생강입니다.
생강은 깨끗이 씻어서 얼려서 보관하신다고 하네요.
적당히 썰어서 퐁당
물이 팔팔 끓으면
오리를 넣고
뚜껑을 닫고 한 번 팔팔 끓여줍니다.
금색 손잡이에, 클래식한 장미무늬가 예쁜 곰솥은 숙모의 친정어머니께서 쓰시던 것이래요. 올케와의 쟁탈전에서 승리하셨다고.
한번 푹 끓으면 (15분 정도)
찬물에 헹구어
채반에 받쳐 두었다가 탕을 끓이기 전까지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2. 오리탕을 끓이는 날
오리탕을 끓이는 과정은 세 단계입니다.
양념이 잘 배어 들도록 나물 무치기 - 오리 양념 주무르기 - 끓이기
고사리에 된장 한 국자
시래기
토란대 나물을 넣고
마늘 한 국자
매운 고춧가루 (취향껏)
앞에 링크한 글에서의 오리탕은 고춧가루를 적게 넣고 대신 땡초(청양고추)를 넣어서 매운맛을 내셨대요. 약간 매운맛이 들어가야 얼큰하고 시원합니다.
잘 섞어서
조물조물 박박 주물러줍니다.
나물에 양념도 배어들고 부드러워진대요.
다른 그릇에 잠시 두고
냄비를 오리에게 양보합니다.
고추기름을
팬에 붓고
대파를 두 뿌리 썰어 넣어서
뒤적뒤적
예쁜색 고춧가루(김치 담그는 용)와
다진 마늘을 넣고
기름이 보글보글 올라올 때까지 볶아주세요
냄비에서 기다리고 있는 오리에 부어주고 국간장도 한바퀴 둘러주세요.
잘 섞어줍니다.
다진 생강을
나물 쪽에 반
오리 쪽에 반
오리는 양념이 배어들도록 다른 그릇에 옮겨둡니다.
곰솥에 나물을 부어주고 물을 넉넉하게 붓습니다.
뚜껑을 덮고 팔팔 끓여주세요.
오리랑 나물이랑 동시에 끓이기 시작하면 먹을 때쯤엔 오리고기 살이 다 부서져서 먹을 것도 없다는 숙모의 말씀.
30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오리를 넣어주고
물을 다시 넉넉하게 부어주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합니다.
20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들깨가루를 많~~~~~이 넣었습니다.
보글보글
자글자글
나머지 간은 새우젓으로 합니다.
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닫은 다음 한 시간 정도 더 끓여주었습니다.
끝!
마침 비 오는 날에 딱 어울리는 얼큰한 오리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점심 먹으면서 이거 육개장 국물하고 비슷한데... 라고 했더니 엄마와 숙모께서 이구동성으로 "똑~같아!"라고 하셨어요. 그냥 고기만 다른 거라고. 아... 어쩐지 나물이 더 맛있더라니.
오리고기를 백숙처럼 건져서 먹기엔 빨간 국물이 아닌 쪽이 더 좋았고요, 밥과 함께 먹기엔 이 국물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봐도 따라 해 볼 엄두가 안 나네요. 오리탕은 그냥 여름에 순천에 놀러 와서 먹는걸로....0_0
맛있는 저녁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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