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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체케익? 고체물감? 쉬민케 호라담 입문기
    당근냥,/그림 그려요. 2020. 12. 10. 02:28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새벽 한 시가 넘어서 싸이월드 시절의 감성 터지는 글이 될 까봐 살짝 불안한 시간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글을 쓰려고 블로그를 열어두었는데, 둘째가 갑자기 와서 와인까지 한 병 나눠 마셔 버렸어요. 


      불안함과 막막함 같은 청춘의 고민들은 언제쯤이면 없어지는 것인지. 몇 살이 되어야 '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지. '어른'이 되는 날이 오기는 오는 것인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질문을 하는 저에게 오늘도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잘했어. 앞으로도 어떻게든 될 거야."


      그리고 저보다 이백 배쯤 열심히 살고 있는 둘째와 곰돌씨에게도요. 아마 이곳을 우연히 지나가는 분이든 오랜만의 소식이 궁금해서 찾아와 주신 분이든 지금의 저보다는 열심히 살고 계실거예요. 저의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가는데 하루하루는 왜이렇게 짧은지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우리 둘째와 곰돌씨, 여러분들께 진심을 담아서 한마디를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잘 될 겁니다." 



     ...



      새벽 두 시와 술의 조합이란! 진짜 감성 터지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비싼 물감, 쉬민케 호라담에 관한 글입니다.

      전 글에서 인물화를 연습하고 있다고 살짝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지금은 아홉 번째 그림까지 완성을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열 번째 그림을 그리고 한꺼번에 보여드릴게요. 여튼, 인물화를 그리다 보니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이 피부색을 표현할 때 색이 자꾸만 탁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색을 좀 더 과감하게 쓸 수 있으면 덜 할 것 같은데 제가 아직 경험치가 부족하고 인물화는 완전 쌩 독학인지라 자꾸만 물감을 이것저것 쫌스럽게 섞고 바르고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칙칙해 지더라고요. 그러다가 비싼물감은 색을 섞어도 덜 탁해진다는 말을 주워 듣고 예쁜 검은색 물감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화방의 수입 물감 카테고리에서 쉬민케를 딱 찍은 이유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신한 SWC 32색 말고 다른 물감은 써본 적도 없고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협찬...같아서 그냥 맘에 드는 거 일단 써보기로 했어요. 원래는 검정, 무채색 계열로 몇 가지 사보려고 했는데 15ml 튜브 하나의 가격이 15,000원 정도라 이럴 거면 (뭔가 사려고 할 때 제일 무서운 '이럴 거면'과 '기왕이면') 좀 더 보태서 세트를 사서 써볼까 하는 생각이 꿈틀꿈틀... 게다가 물감이 들어있는 케이스가 예뻐!!! 뭔가 고급져!!!  


      그 뒤로 지름에 대한 합리화를 하기 위해(이미 처음의 목적은 상실) 폭풍(?) 검색을 하며 갖고 싶음과 꼭 필요함의 사이의 내적 갈등으로 이틀 정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곰돌씨가 무슨 자문료가 들어왔다면서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뜨끔.

      일단 괜찮다고는 했지만 곰돌씨의 말은 이미 활활 타고 있는 저의 물욕에 기름을 부은 셈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쿠팡의 놀라운 당일배송! 어디까지나 곰돌씨의 선물이기 때문에 예쁘고 갖고 싶은 것으로 골랐습니다. 

      쉬민케 호라담 고체 케익 세트 12색, 쉬민케 호라담 고체 수채화 물감 1/2 pan (또는 하프팬) 12색 컴팩트 세트(compact set), 슈미케 호라담 메탈 12색 등등 판매하는 사이트마다 이름이 조금씩 다르지만 제가 고른 것은, 


      

    출처: Schmincke, HORADAM AQUARELL 브로슈어 (브로슈어 페이지에 링크되어있습니다) 


      

      보라색 박스로 표시되어있는 붓이 하나 포함되어있는 하프 팬 (1/2 pan) 12색 메탈 세트입니다 (쿠팡에서 81,220원). 혹시 판매처마다 다른 이름 때문에 헛갈리시는 분들은 제품 번호 74 012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제품 명에 메탈(metal)이 들어가는 이유는 알고보니 팔레트였던 케이스가 철제라 그렇고요, 고체 물감이 1/2 (하프 팬), 1/1 (풀 팬) 두가지 사이즈로 제작됩니다. 하프 팬이나 풀 팬이나 세로길이는 같아서 팔레트는 동일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산 세트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궁금하실까봐 말씀드리자면 오른쪽 48색 세트에 포함된 ONETZ(oxgall)는 물감이 종이에 잘 흡수되도록 도와주는 바탕용 보조제입니다. 




      보시다시피 먼지가 잘 붙긴 하지만 케이스가 넘넘 예쁩니다. 




      아이폰 11과 비교해보면 크기가 상당히 작고 귀엽습니다. 고체 물감은 보통 어반 스케치 (urban sketch, 간편하게 외출용)용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번도 야외에서 그림을 그려보지 않은 제 생각에는 수채화를 밖에서 하려면 물통도 있어야 하고 물도 있어야 하니까 어차피 한 짐이라 팔레트만 작아진다고 해서 번거롭지 않아 질 것 같진 않지만... 언젠가 카페에 앉아서 뭔가 있어보이게(?)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팔레트가 3단으로 되어있는데, 메이드인절머니 답지 않게 팔레트의 마감상태가 좋지 않아요. 꽤나 날카로워서 손이 베이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물감을 고정하는 틀은 따로 분리가 됩니다. 




      12색 세트에 포함된 컬러 번호구요, 




      세트에 포함되어있는 붓은 다빈치(da vinci)의 travel series 1573 5호입니다. 써보고 붓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라고 아마존에서 가격($31.75) 검색해보고 더 놀랐어요. 물감을 추가로 더 구입해야 할 것 같아서 같은 12색인데 총 24색까지 확장할 수 있는 메탈 세트(74 412, 쿠팡에서 73,140원)와 놓고 고민을 했는데, 이 붓때문에 정말 잘 골랐다고 생각했습니다. 




      



      



      물감은 캐러멜처럼 포장이 되어있습니다. 




      요건 제가 추가로 골라서 구매한 것들이에요. 48색 구성에서 인물화 그리는데 쓸 만해 보이는 색들과 그냥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랐습니다. 모두 쿠팡에서 구입했고, 판매처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니 참고하셔요. 


      무채색 계열로 781 lamp black, 782 neutral tint, 783 paynes grey, 101 titanium opaque white(불투명한 하얀색) : 모두 6,900원씩

      피부색으로 쓸만해 보이는 색들로 221 jaune brilliant dark, 229 naples yellow : 8,050원씩, 661 burnt sienna, 645 indian red, 668 burnt umber : 6,900원씩

      신기해서 사 본 893 gold, 894 silver : 8,050원씩 

      예뻐서 사 본 352 magente : 9,580원, 495 ultramarine violet, 482 delft blue, 485 indigo : 8,050원씩, 480 mountain blue 6,900원


      




      원래의 케이스는 나중에 외출용으로 쓰려고 넣어두었고, 가지고 있는 모나미-카카오프렌즈 만년필 통을 물감통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기가 막히게 56개가 딱 들어가겠더라고요. 호라담 수채화 물감이 140색(ONETZ 포함)이니까 좀 특이한 색이나 다른 브랜드의 고체 물감을 더해서 채워가면 그동안 너무너무 신이 날 것 같습니다. 




      뚜껑 안쪽에 물감 배열 순서대로 발색 표 (컬러 차트)를 만들어 붙였습니다. 




      물감이 그냥 눈으로 보기에 색 구별이 정확이 안되고, 따로 이름을 써넣을 공간이 없어서 이렇게 발색 표를 만들어 붙여두는 것이 쓰기에 편할 듯합니다. 




      그리고 물감도 써볼 겸, 이름도 익힐 겸해서 라벨을 잘라 별도로 차트를 만들어보았습니다. 테두리가 진하게 표시된 것들이 12색 세트에 포함되어있는 색들이에요. 저는 몇 개 안되어서 일일이 라벨을 잘라 붙여 만들었지만 저 위에 링크해드린 쉬민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브로슈어를 보시거나, 물감 세트에 들어있는 컬러차트에 만들어보시거나, 따로 판매하고 있는 닷카드 (Dot card, 140색 전체의 물감이 한 방울씩 찍혀있어서 직접 컬러차트를 만들어보고 색을 고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를 구입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라벨 정보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지만 간략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조금 더 보충 설명을 드리자면 수채화 물감 시리즈 중 아쿠아 드롭은 잉크 형태, 호라담이 전문가용 물감입니다. 


      가격은 현재(2020.12.10) 호미화방 사이트에서 고체 물감 하프 팬 기준으로 ① 6,800원 ② 8,000원 ③ 9,600원 ④ 11,000원에 낱개 판매되고 있습니다. 


      Staining은 브로슈어 설명에 따르면 '종이에 고정되는 색소의 성질'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종이에 착색이 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색을 칠하고 깨끗한 붓으로 닦아 내기를 해서 하이라이트 효과를 주고자 할 때, non-staining(착색 안됨) 물감을 사용했다면 종이에 남는 색소가 없이 깨끗하게 닦아내기가 되는 경우를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호라담의 22개 물감 라벨에 "G"라고 표시 된 것들이 있습니다. 과립화(Granulation)이라고 번역했는데, 물이 마르고나면 물감이 점점이 뭉쳐 있는 것들이 있지요? 그런 특징을 가진 색들을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쉬민케 호라담은 엄밀히 따지면 제가 고른 첫번째 물감인 셈인데, 그러다보니 잘 몰라서 이것 저것 많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을 몽땅 정리하다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이 글에 들르시는 분들께서 궁금하신 것들을 많이 찾아 가실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새 물감으로 다시 그려본 튤립이에요. 예전의 그림과는 1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고 전의 그림은 수채화 전용지에 그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물감이 '뭐가 더 낫다', 또는 '차이가 있다'라고 말씀드릴 순 없고 그냥 색감만 봐주세요. 아, 하프 팬 사이즈가 넘 작아서 속이 좀 터졌습니다. 물감을 팍팍 섞어서 써야 하는데...=_= 자주 쓰는 색은 튜브형 물감을 사서 큰 팔레트에 짜 놓고 써야 할 것 같아요. 여튼 고체 물감이란 것에도 쉬민케에도 적응이 좀 필요합니다. 


      물감의 발색이 어떤지 색감이 어떤지 기존에 쓰던 물감과 차이가 있는지 이런 주관적인 느낌들은 그림을 차차 그려보고 말씀을 드릴게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조금만 더 참고 힘내서 행복하고 건강한 새해 맞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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