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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인물화 연습 1당근냥,/그림 그려요. 2020. 12. 16. 00:04
안녕하세요, 당근냥입니다 :)
코로나 때문에 절반은 못 다닌 것 같지만 작년 6월부터 동네 ㅇ마트문화센터에서 수채화를 배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로 강좌가 멈춘 것도 있고, 선생님도 바뀌고 해서 이번 겨울학기부터는 문화센터를 등록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나중에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면 어디 화실이라도 찾아가 볼까...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는 그냥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제가 느끼는 수채화의 매력은 물감과 물, 물감과 물감이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우연성(serendipity!)이랄까요. 제가 초보라서 물감을 의도한 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색이 번지면서 오묘하게 섞이는 모습이라던지 곱게 섞여서 마르고 난 뒤의 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그 덕에 아차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요. 그럴 때면 '뒤로 가기'버튼이 얼마나 아쉬운지 모릅니다. 그래도 붓이 종이에 닿을 때 손에 전해져 오는 감촉, 깨끗한 물통에 예쁜 물감이 묻은 붓을 찰랑찰랑 씻을 때의 소리 이런 것들이 정말 좋습니다. 그림을 그리려고 도구들을 늘어 좋고 준비하는 과정이 하나도 귀찮지 않아요. 잘 그리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나와라 한글이!
오늘은, 인물화 10장을 다 채웠기 때문에 그동안 그린 그림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문화센터에서 인물화는 안 가르쳐준다고 해서 일단 되든 안되든 10장만 그려 보자 하고 쌩으로 독학했어요. 일단 충격과 공포의 첫 번째 그림 나갑니다.
날짜를 보니 벌써 두 달 전이네요. 사실 이건 두 번째 그림이었는데요, 첫 번째 그림은 충격으로 바로 폐기 처분했답니다. 심지어 사진으로도 안 남아있어요. 지금 생각하니 조금 아깝네요. 얼마나 처참한 수준인지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말이죠.
이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하나.
무채색(검정색)은 얼굴 위에 막 올리면 안 된다.
피부색이 점점 지저분해져서 안 그래도 기분이 점점점 시무룩해지고 있었는데, 오른쪽 눈두덩이에 무채색을 딱 바르는 순간, 맞아서 멍든 것 같이 보이는 거예요. 심지어 잘 지워지지도 않습니다. 어흑. 그래서 바로 손 뗐습니다. 자, 다음 그림 보시죠.
둘째의 어릴 때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인데, 둘째가 보고 말을 잃었던 그림입니다. 하하. 빠르게 반성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스케치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스케치를 다시 했습니다.
수채화 전용지는 지우개질을 많이 하면 종이가 다 일어나서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할 수 없죠 뭐... 그런데 막상 스케치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팍 쪼그라들어버렸습니다.
네 번째 인물화입니다. 쪼그라든 자신감을 회복할 길이 없어 10일 동안 나무만 그리다가 '이게 왜 안되지?' 싶어 색연필로 그리다가 물감까지 칠 해 본 것입니다. 물감이 뜬 것은 색연필이 아동용 유성이라 그래요. 색연필에 물감 조합이라 군데군데 물감이 이상하게 뜨긴 했어도 대충 슥슥 명암을 잡아 칠해 본 것치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깨달음.
피부에 연두색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 네번째와 세번째 인물화 사이에 그려둔 스케치를 완성해 보기로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인데 아기 같아 보아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크게는 눈썹이 너무 돋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눈썹을 어떻게 죽이지?
그리고 망치지 않으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오히려 아쉬운 그림이 되었습니다.
이 그림도 일단 튀는 눈썹 문제. 그리고 한 번도 표현해 보지 않았던 눈(snow)이 문제였습니다. 눈밭을 얼마나 구르며 놀았는지 니트 모자와 스웨터에 눈 범벅이었거든요. 마스킹 액을 사볼까 하다가 집에 아크릴 물감이 있길래 대충 칠 해봤는데, 앞으로도 필요한 부분에 적당히 아크릴 물감이나 불투명한 흰색 물감을 써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림의 공통의 문제점입니다.
실제보다 눈(eyes)이 더 크게 그려진다.
결국은 스케치가 문제로군요. 날 잡고 소묘를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벌써 일곱 번째 그림입니다.
전체적으로 한번 칠하고 완전히 말린 다음에 두 번째 칠한 모습입니다. 좀... 무섭죠? 목 아래에 그림자가 까맣게 져 있길래 무채색으로 발랐다가 매우 후회했습니다.
간신히 마무리했어요. 피부 표현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누구냐 너?
같은 사진으로 다시 그려 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의 아이와 닮음 여부와 관계없이 피부 표현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발그레한 볼의 경계가 사랑스럽지 않나요? 제가 '닮음 여부와 관계없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인물화는 같은 사진을 보고 그린 것입니다.
두 그림도 다른 사람이지만 사진 속의 막내와도 다른 사람이에요. 그림이니까 미화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또르르르르... 다음 그림은 스케치에 조금 더 공을 들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1 mm, 1˚만 달라도 다른 사람이 된다.
아홉 번째, 열 번째 그림은 수채화 인물화 연습 2로 이어집니다.
좋은 꿈 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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