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눈이 마주쳤다. 그것은 하얀 머리에 꽃을 달고 있는 다리가 없는 유령의 형체를 한 아니, 유령 그 자체였다. 


 “ 막내... 보고 있나..? ”


 끄덕끄덕... 


 “ 나만 꿈꾸는게 아니구먼.. 산넘어 산이라고... 개구리넘어 이젠 유령이야? 전투해서 렙 올리는거 아니라며;;; 생존이라며;;; 아직 하루도 안살았는데 뭐 이리 하루가 길어;;; ”


 개구리를 정리하고 남은 개구리 뒷다리를 줍줍줍하던 둘째는 아직 바닥에 남은 개구리 뒷다리를 마저 주워야할지 저 유령을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 오~잉???? ”


 그 사이 첫째도 유령을 발견했는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유령을 쳐다보았다. 


 “ 저건 뭐양? 개구리가 죽었음 개구리 형상의 유령이 되야하는거 아냥? ”


 아니.. 첫째.. 상상력이 풍부한건 좋지만.. 개구리 형상의 유령이라니.. 아.. 너무 싫다. ㅠ_ㅠ

 형부도 개구리 뒷다리를 쒼나게 줍줍하다가 유령을 발견하고 첫째 근처로 다가왔다. 


 “ 녀봉~ 비켜나 있어용~ 전 전투하니깐 정신력이 올라가네용~ 제가 열심히 싸워줄게요! ”


 형부는 마지막 떨어진 개구리 뒷다리까지 주워 배낭에 쑤셔넣고 창을 고쳐쥐었다. 그러는 사이 유령이 첫째쪽으로 다가왔다. 


 “ 아니저런!!! 우리중에 가장 약한 상대를 눈치채다니..!!! 귀신 녀석 대단하구먼! ”


 둘째의 말에 첫째는 헐...하는 표정을 짓더니 유령을 쳐다보았다.


 “ 아...!!!!!!! ”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다는 듯이 첫째는 배낭을 뒤적뒤적하더니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 왜왜왜?? 뭐찾는거 있어? 개구리 뒷다리는 나랑 형부가 다 주웠옹 ”


 그 모습을 보고 가장 성급한 둘째가 첫째를 재촉하였지만 여전히 대답 없이 첫째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 쪼기있당!!!! ”


 뭔가를 발견한 듯이 첫째가 와다다다 한곳을 향해 뛰어갔다. 나머지 셋은 그 모습을 그냥 쳐다보기만 할뿐이었다. 무언가를 줍더니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감싸쥔 손을 펴서 주운것을 보여주었다. 


 “ 왠꽃? 꽃 12개로 화관 만들어 써~그럼 정신력 올라가. ”


 둘째는 첫째가 내민 꽃을 보더니 뭘 그런걸 가지러 뛰어갔다 왔냐는 듯이 심드렁하게 대답할 뿐이었고, 형부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그냥 쳐다보았다. 입을 벌린채 꽃을 주시하던 막내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게 그 웬디가 들고 다니는 꽃이구나. 그... 쌍둥이 동생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라며 처음 케릭터 고를 때 봤던 부분을 기억해 냈다. 


 “ 쌍둥이 동생? 그럼 재가 사람이 되는거야? 이름이 뭔데? ”


 항상 보고 싶은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둘째는 자기가 할 케릭 아니라고 대충 본 티를 팍팍내며 폭풍 질문을 던졌다. 

 소중한듯이 꽃을 양손으로 감싸고 첫째는 유령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 


 “ 니가 아비게일이구낭? ”


 첫째의 목소리를 들은것인지 아비게일이라고 하는 유령은 스윽....(정말 유령처럼.. 스윽..) 다가왔다. 그리고 첫째의 주변을 멤돌았다. 


 “ 뭐야;; 말은 못하네...헛;;;; ”


 말없이 첫째의 주변을 도는 아비게일을 보며 둘째가 중얼대자 아비게일이 움직임을 멈추고 둘째를 쳐다보았다. 다시 아비게일과 눈이 마주친 둘째는 순간  ‘헉’할 수 밖에 없었다. 


 “ 우왕~ 녀보~ 어떻게 소환하신거예용?? ”


 우리편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형부는 창을 배낭에 다시 넣고 신기한 듯이 아비게일을 바라보았다. 


 “ 글세용... 아까 개구리 혀가 닿을 때마다 자꾸 물건을 떨어뜨렸는데.. 그때 떨어졌나봐요. 처음에는 꽃 봉오리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꽃이 활짝 폈네용. ”


 첫째는 신기한 듯이 꽃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그 사이 도감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던 막내는 도감을 다시 돌려보내고 말했다. 


 “ 웬디의 쌍둥이 동생 아비게일은 처음에 봉오리로 되어 있다가 꽃이 활짝 피면 바닥에 놓고 살아있는 무언가를 죽이면 된대. 전투할 때 도움이 많이 될거라고 하는데, 혹시 전투하다가 죽으면 다시 꽃 봉오리로 돌아가고 얼마 뒤 꽃이 피면 바닥에 놓고 살아있는 무언가를 죽이면 다시 살아난대. ” 


 아무도 설명서를 읽지 않아 늘 설명서 정독 담당이었던 막내의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둘째는 역시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하구나를 다시 한번 느끼며 아비게일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조심스레 말했다. 


 “ 근데 좀 섬뜩하다. 소환하려면 의식이 필요한건 맞는데, 살아있는 무언가를 죽이면이라니... 무~써운 녀석이구만....크흠... ”


 둘째는 말하다가 아비게일과 눈이 마주치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외면했다. 


 “ 어쨌든 든든한 아군이 생겼네요. 자~ 이제 날이 저물어 가는데 오늘은 이 근처에서 야영을 해야할것 같아요. 적당한 곳으로 이동해서 모닥불을 피죠. ”


 막내가 상황을 정리해주고 적당한 장소로 이동해갔다. 나머지 세명과 유령 하나는 그런 막내의 뒤를 기차놀이 하듯이 쫄쫄 따라갔다.


 ‘화르르르..’


 막내가 모닥불을 피우자 그 주변에 도란도란 둘러 앉아 각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배고픔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다들 탐색하다 마련한 고기와 베리와 당근등을 모닥불에 구워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 오히려 이 월드는 밤이 더 조용하고 좋네요. 뭔가.. 엄~청 평화로워요. ”


 과연.. 둘째의 말이 맞을까...? 


 “ 그러게용. 모닥불도 따뜻하고 고기를 구워먹었더니 살살 나른해 지기도 하니 좋네요. ”


 맞은 편에 앉아 있던 형부는 반쯤 누운 자세를 유지하며 남음 마지막 고기를 입안으로 넣었다. 뭔지모를 시퍼러딩딩한 이상한 고기를 먹는 막내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첫째는 턱을 괴고 모닥불을 바라보며 말했다. 


 “ 평화롭기는 한뎅... 디게 깜깜하넹. 이거 모닥불 꺼지면 완전 깜깜해서 앞도 안보이겠다. ”


 둘째는 주변을 둘러보며 


 “ 에이~ 넷이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모닥불이 왜 꺼져? 바람도 안불고 좋구먼. 그리고 불이 꺼지고 깜깜하다고 죽기야 하겠어? ”


 라며 자리잡고 누울 준비를 하는데 


 “ 죽어. ”


 섬뜩한 막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둘째는 막내를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 어~우!!!!!! 그 이상한 보라색 고기좀 먹으면서 말하지마;; 진짜 놀랬잖아. 그리고 어두워지면 괴물이라도 나와? 왜 죽어? ”

 “ 이건 괴물고기야. 남으면 상하니깐 아까워서 먹는거고. ”


 막내는 입을 쓱 닦으며 말을 이었다. 


 “ 깜깜해지면 시야가 확보가 안되고 어둠의 괴물이 나와서 공격하다가 결국 죽는다고 되어 있더라고. 공략을 조금이라도 보는게 어때? ”


 막내의 제안을 귓등으로도 안듣던 둘째는 첫째가 따온 당근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 어쨌든 멀쩡한 불이 꺼질리 없으니깐... 냠냠.. 누가 불을 집어가면 몰라도..ㅎㅎㅎ 근데 그럴리 없잖아. 우걱우걱... ”


 그때였다. 


 ‘ 띵딩딩....띵딩딩..... ’


 왠 음악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 웅?? 이거 무슨 소리 들리지 않나용? ”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형부가 눈을뜨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 어?? 전 환청이 나한테만 들린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가 나긴 났죠? ”


 둘째도 당근의 끝자락을 입안으로 쑤셔 넣으며 주변을 살폈다. 첫째와 막내도 주변을 살폈지만 보이는것은 모닥불과 모두의 그림자와 깜깜한 어둠뿐이었다. 


 ‘ 띵딩딩....띵딩딩........띠로로로... ’


 순간 음악 소리가 바뀌는 것과 동시에


 “ 으아아아아아악~!!!!! ”


 둘째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벌떡 일어났다. 


 “ 누...누구냣!!! 내 엉덩이를 쓰담한 녀석이!!!! ”


 둘째가 주변을 거칠게 둘러보았다. 


 “ 오~잉? 누가 둘째 엉덩이 만졌옹? ”


 벌떡 일어난 둘째의 모습을 덤덤히 쳐다보던 첫째도 같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있는 것은 네명과 체스터와 아비게일뿐.. 


 “ 처제가 착각한거 아녀요? 아무도 없는데.... ”


 형부도 나서서 거들었지만 찜찜한 둘째는 


 “ 진짠데... 뭔가 닿았는데.. ”


 궁시렁 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 띵딩딩....띵딩딩... ’


 다시 아까 들렸던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흐음~ 이건 무슨 동물 소리 일까용? 아까부터 계속 들리네요. ”


 딱히 괴기스러운 소리가 아니여서 그런지 첫째는 자장가처럼 느끼고는 눈을 스르르 감으려 했다. 하지만 곧 둘째의 비명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 띵딩딩...띠로로로로.. ’

 “ 으갸갸갸갸갸~!!!!! ”


 둘째는 펄쩍 뛰듯이 또 일어났다. 


 “ 아니야!! 여기 우리말고 누군가가 있어. 방금 진짜 또 누가 내 엉덩이 만졌단 마랴....엉엉...ㅠ_ㅠ ”


 다시 엉덩이를 부여잡고 주변을 두리번 거렸지만... 역시나 아까와 달라질 것이 없는 풍경이었다.


 “ ....???....??... ”


 형부와 첫째는 당췌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둘째를 바라보았다. 


 “ ........ ”


 아까부터 아무말이 없던 막내는 조용히 둘째 뒤편의 어둠을 응시하다가


 “ 둘째, 일단 그 자리에서 나와봐. 아까 뭔가 그림자를 본것 같긴해. ”


 라고 말했다. 


 “ 그치그치??? 나 뻥치는거 아닌데... 형부랑 첫째는 날 의심하고...흑.. ”


 막내의 말에 강하게 긍정하며 둘째는 무릎으로 벅벅기어 막내가 있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막내의 어깨에 둘째가 고개를 묻자 막내는 둘째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물론 입은 벌린채로... 


 ‘ 띵딩딩......띵딩딩.... ’


 또 음악소리가 들렸다. 


 “ 왔다!!!!! 저기저기 저 그림자! ”


 셋은 모두 막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 오딩?? 오딩?? ”


 고개를 쑥 빼고 쳐다보던 첫째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아...!! 저거군용. 저 그림자손. ”


 형부도 막내가 가리키는 곳을 뚤어져라 응시하자 검은 손이 살살 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 아니!!! 저눔의 손모가지를 콱!!! ”


 흥분하여 벌떡 일어나려는 둘째를 막내는 손으로 꼭 잡아 제지하더니


 “ 잠깐 뭐하는지 관찰해보자. 기다려봐. ”


 검은 손이 하려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띵딩딩...... 휙!!! ’


 검은 손은 뜨겁지도 않은지 모닥불의 불을 잽싸게 쥐고 천천히 기어올 때랑은 다른 모습으로 매우 빠르게 가버렸다. 덕분에 모닥불이 작아지며 밝음은 많이 줄어들었다. 


 “ 목표는 처제의 엉덩이가 아니였네용. 다행이예요~ ”


 아니... 저분이!! 

 정말 다행인것 같은 형부의 모습에 둘째는 주먹을 불끈지어보았다. 


 “ 막내~ 저거 뭐하는거양? ”


 느긋하게 모든 것을 지켜보던 첫째는 역시 본인도 설명서를 잘 읽지 않는 스탈이라는 것을 말해주듯이 막내를 ‘난 아무것도 모르니 막내가 어찌된 일인지 알아내서 알려줬으면 좋겠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덤덤히 그 눈빛을 받아낸 막내는 배낭에서 주섬주섬 장작을 하나 꺼내서 모닥불의 불을 키웠다. 


 “ 나이트 핸드라고 하는 것 같은데.. 1개에서 최대 3개까지 등장한대. 가까이가면 정신력이 떨어지니깐 조심하고, 손이 진행하는데 방해하면 잠시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오나봐. 불을 가져가는 손이라고해서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지. ”


 막내는 장작을 두어개 더 넣어서 모닥불의 화력을 최대로 늘리며 설명을 해줬다. 


 “ 아항~ 그럼 둘째의 엉덩이를 만지려던게 아니라 진로방해해서 손이 닿은거였구낭~ 둘째가 나빴네. ”

첫째의 말에 둘째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무리 내가 진로 방해를 했어도, 목적이 내 엉덩이가 아니라 모닥불이었어도.. 엉덩이를 쓰담쓰담한 저 손을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닷!!

 다음에 오면 나이트핸드를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둘째였다. 

 그러는 사이 날이 밝았고 사건 사고가 많았던 첫쨋날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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